詩모음/삶, 사랑에 관한 詩

쓰잘데기 없는 생각

必 霧 2010. 7. 5. 13:28

 

 

 

 

 

 

 

쓰잘데기 없는 생각

                               

 

김용택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날
지리산 피아골 가는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피아골 골짜기에서 흘러오는 도랑물 건너
왼쪽에 아주 작은 대숲 마을이
하나 산 중턱에 있습니다 ..

혹 그 마을을 눈여겨보신 적
이 있는지요 ..
 
그 마을을 보고 있노라면 오만가지 생각중에,
정말 오만가지 생각들 중에 아, 저기 저 마을에다가
이 세상에 나만 아는 한 여자를 감추어두고 살았으면 '거
을매나 좋을꼬' 하는 생각이 바람없는 날 저녁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

혹 댁도 그런 생각을 해보셨는지요
어디까지나 이것은 '혹'이지만 말입니다
나도 이따금 저 마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런 쓸쓸하고도 달콤한, 그러나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나 혼자 할 때가 다 있답니다 ..

아내가 이 글을 보면 틀림없이 느긋한 얼굴로
"그래요 그러면 잘해보세요"하겠지만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