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분재공부

분재예술을 위한 조형론 - 황금비율

必 霧 2017. 10. 27. 20:24





분재는 나무의 구조와 형태를 이용한 입체조형예술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굳이 조형적 측면을 따지지 않고 단지 집안에서 자연을 즐기는 것 즉, 잎이나 꽃 또는 열매를 보기위해

나무를 분에 심어 집안에 두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누구나 한번쯤은 어디쯤에서 어떻게 전정을 해줘야 더 이뻐질까 생각해 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대에 와서는 조형예술의 영역이 좀 더 복잡해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예술의 목적은 그 작품 안의 조형요소들, 부분과 부분, 부분과 전체 사이에서 이뤄지는

어떤 조화로운 상태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나무의 생리나 나무를 만들어가는 방법들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들이 있지만

조형원리에 대한 논의가 거의 전무하다보니 소재농사나 땅에서 조형목을 만드는 분들이

짧게는 몇년에서 길게는 몇십년을 고생하고도 결국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가위를 들고 전정을 하거나 철사를 거는 행위가 나름의 조형적인 이유를 가지고 이뤄져야 하는데

아무런 근거도,  이유도 없이 철사를 걸거나 전정을 하는 경우도 많이 보입니다.



간단한 조형원리 몇가지만이라도 논해 본다면 분재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나

나무농사를 짓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올려 봅니다.





현대미술에서 미니멀아트라는 분야를 개척한 도날드 쥬드(Donald Judd, 1928~1994, 미국)의 작품세계를 잠깐 봅니다.

동양의 禪사상에 심취하여 <色卽是空 공즉시색>이라는 명제에 매달리기도 했던 그는

모든 잡다한 형태를 비우고 형태의 본원으로 돌아가는 작품세계를 보여줍니다.



전시회 관계로 프랑스에 갔던 쥬드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파리 시내를 바삐 걷다가 어떤 목공소를 스쳐 지나왔는데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는 시간 내내

그 목공소의 목수가 짜고 있던 나무상자가 자꾸만 떠올라 미국 공항에 내리자마자 다시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서

그 목수가 만든 상자를 찾아 확인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

모든 형태의 근원에는 비율이 존재합니다.

그 형태의 근원으로 돌아가 가로 세로 높이만 존재하는 입방체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입니다.

똑같은 비율과 감정의 개입이 일체 없는 차가운 재질로 만들어진 형태들을 반복 나열함으로써

같은 형태지만 보는 위치나 각도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모습,

다르게 보이지만 같은 비율과 재질을 가진 형태를 보여줍니다.





자연의 나무도 그렇고

사람이 만드는 나무의 형태 안에도 의도하든 하지않든 비율이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형태를 다루는 예술작품에는 기본적으로 비율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가장 이상적인 비율에 관한 논의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시작되었고

르네상스시대 이래 고고학자나 수학자, 미학자들을 통해서 학문적으로 비상한 관심 속에서 탐구되었습니다.

이 가장 이상적인 비율 즉, 황금비율에 관한 기하학적 명제를 제기한 사람이 유클리드입니다.

이 황금비율이 1 : 1.618 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가로 세로가 황금비에 거의 가까운 형태로 주민등록증이나 신용카드가 있습니다.

이 사각형의 세로와 가로의 비율은 1 : 1.574입니다.


세로와 가로의 비율이 1 : 1.618인 황금비입니다.

위 사각형과 색이 달라 그래보이지 않지만 세로가 약간 좁은 형태입니다. 




황금비를 가진 사각형을 그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르네상스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황금비에 대한 스케치와 설명

그리고 이 황금비를 이용하여 제작된 밀로의 비너스와 다비드상입니다.

EBS에서 방영되었던 화면.

배꼽을 기준으로 상하의 비율이 1 : 1.618입니다

 


애플의 로고를 디자인했던 롭 제노프는 황금비를 전혀 의도하지 않고 만든 로고안에

황금비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떤 조화로운 상태를 추구할 때 그 안에는

변화와 통일성이라는 두가지 요소가 공존하게 됩니다.

변화는 똑같지 않음 즉, 다름을 의미하고

통일은 같음을 추구하므로

결국 다양한 변화요소들이 어떤 질서와 리듬을 가지고 반복되었을 때 통일성을 획득하면서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황금비율 안에 다름과 반복이라는 두가지 요소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즉 1 : 1.618의 비율이 두 수의 합인 2.618과 둘중 큰 수인 1.618의 비율과 같아서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1 : 1.618 = 1.618 : 2.618


이 황금비가 가지고 있는 반복성을 계속 연장하면 수학자 피보나치의 수열이 됩니다.

이는 수열의 앞의 수와 다음번 수를 합해 나가면 점점 황금비율에 가까워진다는 이론입니다.

 즉, 1  2  3  5  8  13  21  34  55  89.....로 연결되는 수열에서


3 : 5는 1 : 1.66666

13 : 21은 1 : 1.61538

144 : 233은 1 : 1.61805

233 : 377은 1 : 1.61802

이렇게 점점 황금비에 가까워져 반복됩니다.



 다시 얘기하자면 예술이 추구하는 어떤 조화로운 상태란

여러 변화스러운 요소들을 나름의 질서와 반복을 통해서 통일성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나무가 갖는 구조와 여러 조형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히다 보면

조형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우선은 간단한 요소들 부터 적용해보면 나무가 훨씬 달라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줄기와 1차 가지 사이의 비례

1차가지와 2차 가지의 비례

2차 가지와 3차 가지의 비례

각 곡의 꺾임점을 기준으로 선과 선들이 가지게 되는 비례

또는 쌍간, 삼간, 다간들이 가지는 줄기들 끼리의 비례에 있어서

길이의 비례나 굵기의 비례에 황금비를 적용해 본다거나

각 간들이 가지는 변화의 양에도 비례를 적용해 볼 수 있겠습니다.


또는 가지를 받아서 늘려가는데 있어 피보나치 수열의 적용 등 

황금비를 활용해보면 나무가 훨씬 아름답고 명쾌해지는 것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나무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나무의 모든 요소들이 길어지거나 굵어지면서 변화하므로

변화되는 예상치를 감안하여 적용해야 합니다.


 또 한가지는 수종마다 본성이 존재하고

또는 같은 수종이라도 소재마다 각자 그 소재의 특성이 있으므로

그것을 감안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 좋겠지요.


나무에 손을 대기 전에 더 중요한것은 그 나무가 자체적으로 원래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간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본성적으로 아름다운 직선을 가지고 있는 나무를

철사를 걸어 곡선을 만들어야 아름다운 나무가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만들어간다면

달을 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것이나 다름없는 안타까운 경우가 될것 입니다.


요즘 사용하는 비율 중에 복사용지가 갖고 있는 비율도 있습니다.

이 비율은 1 : 1.4142로서 반으로 접으면 A4(297x210mm), A5(210x148mm), A6(148x105mm)로 가면서 같은 비율이 반복됩니다.


아뭏든 황금비가 꼭 절대적인 비율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작은 부분에서 부터 적용해보면 재미있는 변화를 느껴 볼수 있을것입니다.

또는 내 안에 나름의 황금비율이 있다면 그것을 나무에 적용해보고 느껴 보는것도 좋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나무의 여러 요소들에 대한 구체적인 적용에 대해서 논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