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꽃, 나무의 詩
모란
必 霧
2010. 6. 1. 21:51
모란꽃
이성선
상한 가슴에 불을 질러라.
가시밭 벌거숭이
황혼에
나를 데려가
상처 황홀히 불질러 주어라.
활활 타오르는 팔을 벌려
허공을 죽이고
가슴에 나를 묻어주어라.
목이 쉰 너의 노래가
균열진 내 몸 온 구석에
유황불로 타오른다.
아파
네가 오면 아파서 비틀거려
안된다
커다란 네 동혈에 묻히면
나는 죽고 말아
온 바다 온 하늘 가득 불타는 눈물
하지만 와야 해
오만한 모습으로 피어
곁에 있어야 해
울지 못하고 누워 앓는 나를
붉게 울며 짓밟아라.
밤을 껴안은 네 가슴에
달이 뜨면
죽어가는 순간이 나는 더욱 황홀해
마지막 팔을 벌려 너를 껴안는다.
상한 가슴에 불을 질러라.
모란꽃
목필균
붉게 핀 소담스러운 미소마다
농염이 가득하고
풍만한 여인의 터질 듯한 가슴
눈부신 햇살 속에 열리는데
차마 보지 못하고
슬며시 돌아서던 바람
향기만으로 어지러워 주저앉는
5월 한낮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서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