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 霧 2013. 8. 31. 12:33

 

 

 

요즘 고추를 따서 말리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마눌님이 딴 고추를 말리려고 널다가 한 꼭지에 두개가 달린 고추를 보았습니다.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꼭 부부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부부(老夫婦)  

구상 

 

 

 


아름다운 오해로
출발하여
참담한 이해에
도달했달까!

우리는 이제
자신보다도 상대방을
더 잘 안다.

그리고 오히려
무언(無言)으로 말하고
말로서 침묵한다.

서로가 살아오면서
야금야금 시시해 지고
데데해 져서
아주 초라해진 지금
두 사람은 안팎이
몹시 닮았다.

 

 

 

 

 

 

지금이 편안하긴 하지만

가끔은 아름다운 오해의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