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삶, 사랑에 관한 詩
장진주사
必 霧
2014. 10. 26. 23:49
땅에 심은 운용매가 단풍이 이쁘게 들었다고 한 잔하고
장진주사(將進酒辭) / 성선경
살구꽃 피면 한 잔하고 복숭아꽃 피면 한 잔하고 애잔하기가 첫사랑 옷자락 같은 진달래 피면 한 잔하고 명자꽃 피면 이사간 옆집 명자 생각난다고 한 잔하고 세모시 적삼에 연적 같은 저 젖 봐라 목련이 핀다고 한 잔하고 진다고 한 잔하고 삼백예순날의 기다림 끝에 영랑의 모란이 진다고 한 잔하고 남도(南道)의 뱃사공 입맛에 도다리 맛 들면 한 잔하고 봄 다 간다고 한 잔하고 여름 온다 한 잔하고 초복 다름 한다고 한 잔하고 삼복 지난다고 한 잔하고 국화꽃 피면 한 잔하고 기울고 스러짐이 제 마음 같다고 한가위 달 보고 한 잔하고 단풍 보러 간다고 한 잔하고 개천(開天)은 개벽(開闢)이라 하늘 열린다고 한잔하고 입동(立冬) 소설(小雪)에 첫눈 온다고 한 잔하고 아직도 나는 젊다고 한 잔하고 아랫목에 뒹굴다 옛시(詩)를 읽으며 한 잔하고 신명(神明) 대접한다고 한 잔하고 나이 한살 더 먹었다고 한 잔하고 또 한 잔하고 그런데
그런데
우리 이렇게 상갓집에서나 만나야 쓰겠냐고
선배님께 꾸중 들으며 한 잔하고
아직도 꽃 보면 반갑고
잔 잡으니 웃음 난다고
반 너머 기울어진 절름발이 하현달.
안개 드리운 연못위에 낙엽이 진다고 한 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