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세한도 - 심화과정 첫 수업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드리며
뒤늦게 수강신청을 하는 바람에 심화과정 세번째 강의가
저로서는 첫 수업이 되었습니다.
뭔가 새로운것을 배운다는것은 가슴이 뛰도록 벅차고 행복한 일이라는것을
오늘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격이 많이 모자란데도 불구하고 심화반 수강을 허락해 주신 오영택원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곰솔(흑송)과 소나무(적송)입니다.
자연의 나무들과 일본, 한국의 명목들을 실례를 들어가며 비교분석하면서
날카로운 지적과 설명이 곁들여진 원장님의 강의에
두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특히 문인목에 대한 부분과 세한도에 대한 얘기들이
저한테는 아주 인상적인 강의였습니다.
원장님의 감동적인 강의에 뭔가 보답을 드려야 할것 같아
오늘 배운 내용을 토대로 세한도와 문인목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59세쯤인 1844년 제주도 유배당시
지위와 권력을 잃어 버렸는데도 사제간의 의리를 버리지 않고
그를 찾아온 제자인 역관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여 그린 것입니다.
그리고 '날이 차가워진 다음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는
<논어>의 한 구절을 빌어 세한도(歲寒圖)라는 명칭을 붙이고 발문을 첨가해 제자 이상적에게
준것입니다.
그 발문의 해석을 보면
지난해에는 <만학>과 <대운> 두 문집을
보내주더니 올해에는 우경의 <문편>을 보내왔도다.
이는 모두 세상에 흔히 있는 것도 아니고 천만리 먼
곳으로부터 사와야 하며 그것도 여러 해가 걸려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쉽게 단번에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세상은 흐르는 물살
처럼 오로지 권세와 이익에만 수없이 찾아가서 부
탁하는 것이 상례인데 그대는 많은 고생을 하여
겨우 손에 넣은 그 책들을 권세가에게 기증하지
않고 바다 바깥에있는 초췌하고 초라한
나에게 보내주었도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날이 차가워 다른 나무들이 시든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松柏]가 여전히 푸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 했는데... 지금 그대와 나의 관계는 전이라고 더한
것도 아니요 후라고 줄어든 것도 아니다...
아! 쓸쓸한 이 마음이여!
대충 위와같은 내용입니다.
완당(추사)으로부터 뜻하지 않게 이 천하의 명작을
받은 이상적은, 연경으로 떠나려던 참에 이
<세한도>를 받고는 감격하여 완당에게 정
중하게 깊은 감사의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삼가 <세한도> 한폭을 받아 읽으니 눈물이
흘러내림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너무나 분
수에 넘치게 칭찬해주셨으며 감개가 진실되고
절절하였습니다. 아아! 제가 어떤 사람이기에
도도히 흐르는 세파 속에서 권세와 이익을 따
르지 않고 초연히 빠져나올수 있겠습니까?
다만 구구한 작은 마음으로 스스로 하지 않을
수없어 그렇게 했을 뿐입니다....
이번 걸음에 이 그림을 갖고 연경에 가서 표구하여 옛
지기분들에게 보이고 시문詩文을 청할까 하옵니다...
오원장님의 설명대로
모든 문인화가 그렇듯이 <세한도>는 실경산수화가 아닌 완당의 심상을 표현한 것으로
숙련된 화가의 기교가 아니라 그림에 서려 있는 격조와 文氣가 생명입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좌측의 두 나무는 잣나무로 보여지고
우측의 두 나무는 곰솔과 소나무로 보여집니다.
특히 두 소나무가 아주 대조적으로 표현되었는데
아마도 제 생각으로는 좌측의 직선적이고 잎이 뻣뻣하게 그려진 비교적 젊은 나무는
아직 젊고 기개가 살아있는 제자 이상적의 심상이고
우측의 낙뢰를 맞은것 처럼 주간이 부러지고 하나 남은 가지마저
아래로 숙여지고 잎이 부드럽게 그려진 늙은 나무는 추사 자신의 심상이라 생각됩니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 추사 김정희는
곰솔과 소나무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소나무 문인목으로 어떤 심상을 표현한다면
젊은 기개를 가진 이상적 같은 나무와
온갖 풍상을 겪어 부러지고 구부러지고 숙여지면서도 살아 남아
추운 겨울에도 변치않고 푸른잎을 보여주는 추사와 같은 나무를
떠올려보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철사를 걸어놓고 고민해보고 있는 소나무(적송) 한 점 올려봅니다.
일년과정을 마치고 겨울이 오면 또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숙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여러 분들과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고 싶었는데
약속이 있어 금방 나오게 되어 죄송했습니다.
다음 강의가 또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