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이야기/이런저런 이야기

[스크랩] 도예가 양승호

必 霧 2011. 12. 5. 22:30









양승호(도예가)

양승호는 희한하게 현실을 훌훌 털고 떠날 줄 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사람들을 부럽게 만든다.
왜냐하면 우리가 함부로 떠날 수 없는 현실을
그는 자주 떠나고 있으니 그렇다.
물론 그는 성인인 것도 아니고, 도 닦는 도인도 아니다.
그는 그저 자유로운 도예인일 뿐이다.

그의 작업은 아주 태고적에 있었던
정령신앙을 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물에 신이 있다고 믿었던
원시적 감성을 발산하고 있는 그의 흙은
정말 숨쉬고 있고, 자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회양목이 심어진 작품은 하늘과 한 무리가 되어
자연의 절대적인 이치 속에 들어가
고요를 깨닫고 싶어하는 기도처럼 보인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지식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시비판단에서 벗어나고,
욕심에서 비롯되는 외형만들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기모양을 구사한다.
어떤 것도 인공적인 것은 없다. 마음까지도 그렇다.
손에 잡혀지는 흙더미에서 불꽃이 만들어 주는 색채까지
그는 자연물과 함께 할뿐이지
어떤 의도나 어떤 계획을 꿈꾸지 않는다.







urn-timeless life / 50x47x26cm

동그란 원 속에 구심점이 있다.
그것이 ‘나’인지 아니면 동그란 원이 ‘나’인지
작가는 아직도 찾아 헤매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실존을 찾아 헤매는 동안
작가의 작품은 자꾸 메말라 간다.
균열이 가는 것, 그것이 지금은 이 작가의 실존이다.







memory of korean workers / 33x32x29cm / 2000년 作

들여다보면 왠지 눈물이 나는 작품이다.
이유를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균열이 가 있는 퍽퍽한 흙 위에 붙어 있는 장갑이
고단한 삶을 지탱하기 위해 끝없이 노동하는
우리의 늙은 아버지나 큰오빠를 연상케 한다.







Jarara Jarara-Growing Earth / 62x56x24cm / 1996년 作

작가는 지금 주문을 걸고 있다.
자라라 자라라 대지여, 그 대지에 작가는
연약하기 그지없는 푸른 풍란을 하나 이식해 놓았다.
작가가 매만진 흙덩어리가 풍란에게는
대지가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
자라라 자라라 대지여, 작가는 지금 주문을 걸고 있다.
풍란은 거친 대지에 뿌리내리고 사는 작가 자신이고
지금 작가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다.







Pyramid-The source of Energy

고대의 인간들은 영생을 위해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많은 돌과 노예가 필요했다.
오늘 작가는 자신의 예술혼의 불사를 위해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약간의 흙과 작가 자신이 스스로의 노예가 되는 시간이 필요했다.
피라미드는 작가의 예술적 에너지의 근원이다.







Universal Energy-Na

마치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를 보는 듯하다.
우주의 에너지로서, 나는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 년을 살아온 나무처럼
언제나 존재해 왔다는 작가의 사유를 담고 있다.
어찌 보면 오랜 명상을 통해 터득한 깨달음을
작품으로 제작한 듯도 하다.







Wait for spring / 20.5x19.5x17cm

봄을 기다리며 겨울나무는
앙상한 가지만으로 버티고 있다.
이 메마른 대지에 과연 봄이 찾아올까?
하지만 작가는 고집스럽게도
‘Wait for spring’이라는 제목을 붙여두고 있다.
메마른 대지라도 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자연의 단순한 섭리를
작가는 믿고 싶어 한다.







approx

주전자의 뚜껑 위에 심어 놓은 앙상한 분재가
박제된 생물을 보듯, 기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주전자의 뚜껑 위에 분재를 심어놓았을까?
단지 작가의 예술적 표현을 위해서일까?
아니면 주전자가 물을 담는 것이기에
식물이 잘 자랄 것이라는 생각에서일까?
어쨌든 분재는 작가의 동양적 뿌리를 확인하게 해준다.







마음大盒 / 54x40x21cm

마치 흙으로 빚은 생물체를 보는 듯
어딘가 묘한 느낌이 드는 커다란 합이다.
어찌 보면 합이라기보다는
오브제를 보는 듯한 분위기도 느끼게 한다.
불의 요변으로 인해 생긴 색의 다양한 변화가
인간이 다변화되는 심리를 표현하는 듯하다.
그래서 작품명이 마음 대합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다기세트

작지만 작가 특유의 크랙 기법이
잘 표현된 다기 세트이다.
차를 찾는 마음이 자연을 찾는 마음이라면
흙에서 바로 꺼낸 흙덩이 같은
이 다기 세트만큼 어울리는 것은 없을 듯 싶다.
소박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로 차를 즐길 때
이 작은 다기 세트는 좋은 벗이 될 듯하다.







Jean Fremiot / 38x36x19cm / 2000년 作

따스하고 둥근 알의 모양이다.
무언가가 안에서 깨고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품의 균열도 그런 느낌을 한층 더해준다.
무엇이 나올 지는 모르겠지만
저 안에 무엇이 있을까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다.















Golden Finger / 39x18x35cm / 2000년 作

오랜 명상 끝에 얻어진 인생의 공허함과
인간사의 윤회를 표현한 듯
동양적 냄새가 풍기는 작품이다.
가운에 뚫려진 둥근 구멍은, 깨달음을 얻은 자의
한없이 깊은 눈동자를 표현한 듯하다.
흙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 미술의 추상성을 내포하고 있다







Emmenthalische / 53x50x31cm / 1997년 作

작가는 산을 찾는다.
산비탈이나 계곡 돌무더기 틈에서
이와 같은 나무를 골라내 가꾸고 손질한 분재를
자신의 도자와 어우러지게 한다.
자연을 담고 싶은 마음에서 일 것이다.
우리는 이 분재를 통하여 산수를 보고,
이를 담고 있는 흙 화분을 통하여 대지를 느낀다.







아리랑병 / 20x18x33cm

부드럽고 유연한 아리랑의 가락과
춤사위를 닮은 듯한 형태이다.
아리랑만큼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는 노래는 없다.
아리랑 병의 색채와 형태 또한
우리의 흙과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주전자 / 15x12x7.5cm / 2000년 作

작지만 만만치 않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주전자이다.
이 주전자에는 물만 담긴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하나의 주전자를 만들기 위해 사유하고
흙을 매만진 작가의 시간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주전자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이다.







경 력
1974년 도예입문
1974~1980년 한국서 수련
1981~1983년 영국 중부지방과 웨일즈에서 수련
1983~1985년 불란서 중부평원에서 수련
1985~2000년 스위스 산자락과 불란서 평원을 오가며 수련
2000~현재 서해안 갯마을과 스위스, 불란서를 오가며 일함

전 시
1975~1980
국내에서 산미전, 동아대전, 공간대전,국전 등의 공모전에 출품.
1982~1993
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루크,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에서
개인전 및 2인전 24회
단체 초대전 43회
공모전 12회
2000 개인전(우리그릇 려)
2001 공예문화진흥원 개관1주년 기념전-『인터장르-만남전』(우리원갤러리-인사아트센터 5층)
2002 따스함을 담은 그릇 다기전(청주 한국공예관)

수 상
1983 시각미술분야 작품활동비 (영국 중서부 예술원)
1983 작품 연구비 (웨일즈예술원, 교육청)
1993 작품공로비 (스위스, 베른)
1993 국제 소금구이 공모전, 2등상 (독일, 코브렌쯔)
1993 플레처 챌린지 도예공모전, 우수상 (뉴질랜드, 오클랜드)

소 장
해러포드 시립박물관, 그린비비안 미술박물관 (영국)
스완씨 도자기 박물관, 다이데스하임 케라미온 도자기 박물관 (독일)
프레켄 공예수집관 (스위스, 베른)
란데스 박물관 (독일, 칼스루헤)
수공예협회 수집관 (독일, 코브렌쯔)

전문지 기사
1982 "표면처리" Ceramic Review, 영국
1984 "양승호" La Revue de la Ceramique, 프랑스
1989 "프랑스의 한국가마" Keramikmagazine, 독일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제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