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분재도량 불이 수업노트

[스크랩] 줄기의 흐름에 대하여 - 2 (마음의 눈으로 보라.)

必 霧 2011. 12. 31. 09:03

 

이번주 실습은 줄기의 흐름에 관한 두번째 수업입니다.

지난주 수업내용은 줄기의 흐름은 곧 선의 흐름이자 형상의 핵심이라는 얘기였고

오늘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입니다.

 

줄기의 흐름이 나무형상의 핵심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더라도

그 흐름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만들어 갈것인가에 대해서는 바로 어려워집니다. 

오늘 내용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얘기입니다.

 

 

줄기의 흐름 10훈(訓)

 

1

좌우뒤앞을 잊어라.

이것은 곡에관한 얘기인데

보통 철사를 걸어 곡을 만들때 좌우뒤앞을 번갈아가며 꺽어서 변화를 주게됩니다.

그런데 좌우뒤앞을 잊으라니 무슨 선문답같은 얘기? 

그럼 어떻게?

돌아오는 답은 <마음의 눈으로 보라.>입니다.

음...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아니...하던 얘기인데...

저도 가르치는 일을 하다보니 제자들에게 자주 던지는 얘기입니다.

제가 이 말을 던지는 경우는 대부분 그 친구가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거릴때입니다.

이를테면 시작부터 끝까지 좌우뒤앞, 좌우뒤앞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이미 변화가 아닙니다.

변화가 변화있음으로 느껴지기 위해서는 변화없음이 적절히 공존해야 합니다.

몇 달 눈코뜰새 없이 일하다가 며칠 휴가를 얻으면 고생한 시간들까지도 아름다워지는것 처럼...

또는,

 나무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장환경의 추억을 불러내어 사연들을 되새겨 보는것도

마음의 눈으로 보는 방법일것 같습니다.

 

 

2

일정한 방향성을 갖춰라

선은 점이 움직인 결과물입니다.

그 움직임이 갈팡질팡하면 꼬불꼬불한 강원도 산길에서 멀미가 나듯이 어지럽기만 합니다.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크고 작은 곡들이 적절하게 안배되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

 

3

큰 흐름 속에 작은 흐름(×○△)

작은 리듬감들이 주는 재미와 자연스러움도 중요하다.

 

4

중심선을 잊지마라

줄기의 흐름이 좌우로 중심선을 지날때 두번까지는 괜찮으나

그 이상 반복하지 않도록 하고 두번인 경우 좌우공간에 변화를 주는것이 좋습니다.

 

5

억지를 피하라

떼를 쓰지 말라는 뜻이지요?

 

6

밑동과 줄기는 일관되게

지난번에 얘기된 줄기는 밑동을 반영한다와 같은 얘기

 

7

밑동만 좋으면 줄기와 가지를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라.

아니면 아예 사지를 말던가.

 

8

줄기흐름까지만 좋으면 가지를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라.

 

9

흐름을 바꿀때 어디를 자를지 냉철하게 판단하라.

쉬울것 같지만 참 어려운 부분

 

10

생각이 어지러우면 자연으로 돌아가라.

해결이 안되면 멈추고 자연에서 답을 찾아라.

자연은 항상 영감의 寶庫이니까.

지금은 돌아가신 제 그림의 첫 사부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하찮은 돌멩이 하나도 그것을 대상으로 놓고 관찰해보면 하나의 소우주이다.

 

 

나무들을 볼까요?

위 10훈에 비추어 보아서

큰 문제없이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는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좀 난해합니다.

뭔가가 덮쳐서 부러졌던 나무가 살아나 상처가 아물고

좌측에 장애물이 있어 다시 방향을 바꾼 나무로 봐야겠지요?

제가 좀 사연이 있어보이는 드라마틱한 나무를 좋아하다보니 항상 ZERO님을 힘들게 합니다.

  

 

좌측하단의 꺽임을 좀 더 접어당기고

뒤쪽으로 빠져있던 수관부를 앞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심을 기울기도 조정을 해보고... 일단 특이하긴 한데 앞으로 잘 만들어 가봐야지요.

어찌보면 근장에서 수관까지가 추사의 서체에서 보이는 기묘하고 힘찬

붓놀림의 흔적 같기도 하여 그런 느낌의 나무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좀 황당한 생각일까요?

 

 

 

 

 

곡이 너무 갈팡질팡하는 나무는 이렇게 펴주기도 합니다. 

 

시간을 두고 조금씩 조심스레 펴갑니다. 

 

 

오늘수업의 핵심은

마음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만들어 가라.

인것 같습니다.

 

 

매사가 그렇듯이

나무를 만들어 가는일도

마음과 생각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출처 : 분재도량 불이
글쓴이 : 삼테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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