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霧山邦/必霧의 정원

시월비

必 霧 2013. 10. 9. 01:15

 

 

 

하루 종일 비가 옵니다.

이 땅의 모든것들을 가을 한 복판으로 가라 가라 가랑비가 하루 온 종일 옵니다.

왠지 살아온 평생 제일 절절한 가을일것 같은 예감입니다.

오전에는 이곳이 궁금했던 동네 분들이 느닷없이 찾아와 시간이 휙 지나갔고

마을회관의 점심모임에 첫인사차 갔다가  소주를 꽤 마셨는데도 전혀 취하지가 않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세시.

불이 전시회 도록에 올릴 글도 써야하고 이것 저것 오늘 할 일이 많은데

비는 계속 오고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일이 손에 안잡혀 

빗발이 잠시 약해진 사이에 카메라를 들어 봅니다.

 

하우스 밖에 내어놓은 나무들 입니다.

 

 

 

 

일부러 수정을 안시켜도 잘 달리는 품종의 애기감들...

주렁주렁 달린 열매가 물들기 시작합니다.

 

 

 

 

 

 

  

밖에 내어 놓은 소나무, 곰솔들...

 

 

 

 

 

 

 

닥나무의 노란 낙엽입니다.

 

 

 

시월

 

황동규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4

아늬,

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 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5

낡은 단청 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

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이 비가

뿌려와서...... 절 뒷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 보면 낙

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

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

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隕石-향토문화관에서

 

김영천

 

 

 

 

언젠가 하늘 올라

유성우가 되어 쏟아지겠다 하였더니

오르는 길을 차마 알지 못했네.

별똥별 대신 가을비만 한참이나 쏟아지던 밤으로

울컥, 가슴으로 치밀어 오르는 것.

무슨 아픔이 그리도 깊은지

까맣게 타버린 結石 하나가

유리 상자 속에

감쪽같은 얼굴로 진열되어 있네.

오메, 이 것이 운석인갑다야.

신기해 하며 관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그머니 빠져나와

가슴 속에 남은 돌들을 각혈하네.

꽃보다 더 아픈 돌들을.

 

 

 

 

 

 

가을비 

 

 권오범

 

 

발자욱 남기고 싶어

그렇게도 그립던 논두렁길

구덕구덕한 촉감에 젖어

하늘 마음 읽지 못한 9월 한복판

고독이 미행을 유발시켰는지

하필 의지간 하나 없는 수양버들 밑에서

순식간에 속수무책으로 덮친

시커먼 그림자

매무새 허술할 때마다

여지없이 달려들어 범하고 마는

상습적인 그 욕망 알면서

호젓이 추억을 사랑한 죄가 이다지 클 줄이야

몸 둘 바 몰라 반항은커녕

고스란히 허락해버린 몸

모가지를 소스라치게 더듬더니

작정한 듯 가슴 파고들어 아랫도리까지

아이고, 난 몰라

 

 

 

 

사과 국광

분에 있던 나무를 땅에 심었습니다. 

 

 

 

애기사과

 

종딸기나무

 

말오줌대

 

마삭의 단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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