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불이분재도량 전시회 포스터를 붙이러
청원, 유성, 옥천까지 돌았더니 하루가 휙 지나가 버렸습니다.
늦게 심은 고구마가 밑이 들기를 기다리느라 그동안 캐는것을 보류했는데
서리 몇번 맞고 잎이 다 꼬실라져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작정을 하고 고구마를 캤습니다.
돌이 많은 땅이라서 돌을 캐는지 고구마를 캐는지 분간이 안됩니다.
호미로는 도저히 대책이 안서 곡괭이를 들고 나섭니다.
그래도 고구마가 하나씩 보일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이쁩니다.
그냥 고구마순을 땅에 꽂아 놓은건데 몇개월 만에 돌틈을 헤집고 고구마가 들어서는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점심 후에 잠깐 쉴겸 면소재지로 머리를 깎으러 갔습니다.
저보다 10년쯤 위로 보이는 이발사께서 가위를 드시더니
아주 느긋한 표정에 슬로우 모션으로 머리를 깍기 시작합니다.
서울의 미장원에서는 싹둑싹둑 오분이면 끝났을텐데
여기는 가위질 한 번이 싸아아아아아아아아악 뚜우우우욱입니다.
역시 이곳이 충청 슬로우시티가 맞는것 같습니다.
눈앞에 고구마밭이 오락가락하기도 하고
먼저 깍은 쪽이 반대쪽을 깍는 동안 다시 자랄까 차츰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한동안 수염을 안깍아 면도까지 하고 머리를 감고 나니 시원하긴 합니다.
건재상에 들러 필요한것 몇개 사고 집으로 돌아오니 서산에 해가 뉘엇뉘엇 넘어갑니다.
다시 고구마를 한 고랑 정도 캐고나니 어둑어둑해집니다.
부랴부랴 아궁이에 불을 피워 물을 데우고 나니 저녁식사는 부뚜막한정식입니다.
곡괭이질을 하느라 수고했다고 아궁이 잔불에 고기를 굽고, 된장찌게가 보글보글 끓고 있습니다.
이 한정식집은 이인용 식탁 하나에 하루에 한커플만 받습니다.^^
된장찌게가 보글바글 끓고 있습니다.
밭에서 금방 따온 상추에 밥, 고기, 마늘, 양파, 쌈장을 올려 놓고
한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은 다음에...
호박 된장찌게를 한숟갈 떠서 입에 넣으니 세상에 부러운게 없어집니다.
어두육미라 했던가요? 여기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생선인 멸치머리가 싱싱하게 반짝입니다.
고기굽는 냄새를 맡은 향수가 저쪽에서 고기가 언제오나 짖어댑니다.
요즘 향수의 모습입니다. 이제 제법 총각 티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