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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기억하는 풍경 - PETER DOIG

必 霧 2012. 5. 18. 15:50

 

 

피터 도이그의 흉내를 살짝 내봅니다.

 

고려자귀의 사진 원본입니다.

 

좀 더 강하게...

 

반쯤 기억나는 풍경처럼 흐릿하게...

 

 

요즘 유럽 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화가 피터 도이그(Peter Doig)

유년시절에 캐나다에서 보낸 풍경들의 기억을  모티브로 작업을 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그림들은 자연, 또는 사진들을 모티브로 하지만 흐릿한 기억속의 풍경처럼 변질되어 있습니다.

비평가들은 그의 그림을 <반만 기억하는 풍경>이라고 말합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중국회화사에서 화가 개인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냈던 양주팔괴 중의 한사람인 정섭의 화론을 꺼내봅니다.

집주변에 대나무를 심고, 대나무를 관찰하며, 대나무를 그렸던 정섭은

나무틀에 하얀 한지를 발라놓고 거기에 비치는 대나무 그림자를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정섭은 <눈으로 보는 대나무와 마음속의 대나무가 다르고, 마음속의 대나무와 손끝의 대나무가 또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여러가지와 마주치고 부딛치게 됩니다.

그것은 자연일수도, 자신의 내면일수도, 손끝의 느낌일수도, 재료의 독특한 물성일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여러 요소들이 반죽이되고 미묘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작업의 영감을 얻게 됩니다.

영감은 도처에 있습니다.

 

정섭은 <설령 마음속에 대나무가 없더라도 손끝에서 아름다운 대나무를 얻을 수 있다.>라고도 말합니다.

참 놀라운 말입니다.

 정섭은 이미 그 시대에 원본의 부재를 의미하는 시뮬라크르의 세계를 얘기했던것입니다.

그는 완벽한 눈이나 완벽한 기억, 또는 완벽한 생각을 추구한것이 아니고

자신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의 세계를 추구한것입니다.

 

 

만약 피터 도이그가 완벽한 눈과 완벽한 기억으로 완벽한 풍경을 그렸다면 과연 아래의 그림들이 나올 수 있을까요?

선입관을 없애기 위해 제목도, 설명도 달지않고 그림을 올려봅니다.

 

 

 

 

 

 

 

 

 

 

 

 

 

 

 

 

피터 도이그의 그림속에는 고갱, 모네, 보나르, 클림트, 마티스 등등이  혼재되어 있으면서도 그만의 독특함이 있습니다.

그의 몽환적인 작품세계는  장난스러우면서도 매우 진지하고

뭔가 밑바닥부터 숨김없이 끄집어내져 있는것 같지만 동시에 깊이 숨겨진 원초적인 신비감이나 섬뜩함이 느껴지기도합니다.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나요?

 

 

 

피터 도이그를 나무에 적용해서 생각해본다면

완벽한 눈과 완벽한 기억과 완벽한 생각으로 완벽한, 또는 빈틈없는 나무를 추구한다면

그것은 과연 두고두고 보고싶은 아름다운 나무가 될까요? 

각자가 모두 다 생각이 다르겠지요?

 

아이가 사온 피터 도이그의 화집을 들춰보다가 문득 든 생각을

반쯤 장난스럽게 올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