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박 두 진
어쩌리. 나의 앞에 너무 너는 뜨거워. 나 혼자 이렇게 쯤 마음
달뜨는. 무너지렴, 무너지렴, 스스로를 꾀여내어. 입술을, 네 이마
를, 네 익은 뺨을 더듬어, 목아지를, 귓부리를, 눈두던을 더듬어.
장미야. 너무 뜨건 진홍 장미야. 대낮 아님 달밤에, 대낮 아님 달
밤에, 대낮 아님 달밤에 만 억번 다시 사는 훼닉스처럼. 꿀집 깊
이 파들어 가는 투구벌레 처럼. 모르겠다. 나는 너를 짓이기겠다.
속속들이 안의 너를 짓이기겠다. 장미야. 너 꽃장미야. 짓이기겠다
장미꽃 한 송이
김종제
오늘, 당신에게 건네줄
장미 꽃 한 송이
고운 살갗에 깊숙하게 박혀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문신文身이 되었으면 좋겠네
색 바래지 않는
벽화壁畵가 되었으면 좋겠네
장미 한 송이만큼
피 흘려내려
험한 세상
단심丹心으로 물들이고
이 다음의 한 해도
거뜬하게 지낼 수 있다면 좋겠네
당신을 바라보는 것은
장미 한 송이 바라보는 것이라
결코 꽃 지지 않을 것 같네
무쇠와도 같고
강물과도 같은
장미 꽃 한 송이로
당신이 살고
내가 죽었으면 좋겠네
누구 유혹도 다 물리치고
무슨 환란도 다 이겨낼 수 있는
장미 꽃 한 송이
당신에게 모두 주어버린
나, 물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네
나, 쇠처럼
깨뜨려지거나 부서지지 않을 것이라네
장미꽃 한 송이
손에 쥐고 가는 것은
내안에 가득 당신을 갖는 것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