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과 연애하다
김종제
바람 찬 이승
잠시나마 잊어버리겠다고
이불 덮고 눈 감았는데
사내야, 사내야, 울퉁불퉁 사내야
불끈불끈 남정네야
꿈결같이 부르는 소리에
불현듯 고개 들고 바라보니
흰 치마저고리의 목련이네
계집애야, 계집애야, 봉긋봉긋
계집애야, 방긋방긋 가시네야
향긋한 꽃살 내음새 취해
오늘 하루 공쳤으니 책임지라고
나랑 연애 한 번 하자
내 가슴 설레이게 한 죄로
뒷마당에서 몰래 만나자
손 잡아 준다고 약속하면
까치발로 서서 밤새 기다리겠다
내 마음 다 준다면
터질듯한 젖가슴 보여주겠니
목련아, 목련아, 여인네야
오늘 밤에는 달 없어도
활작 열린 네 벌거벗은 몸이
부끄럽게도 환해서
내 눈이 멀겠구나
하룻밤에 살 나누고 피 나누고
떼지 못할 정도 들었으니
꽃 지는 날까지 살아보자, 가시네야
목련
정병근
빤스만 주렁주렁 널어 놓고
흔적도 없네
담 넘어 다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 다 본다
한 접도 넘고 두 접도 넘겠네
빨랫거리 내 놓아라 할 때
문 처 닫고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겨우내 빤스만 사 모았나
저 미친 년, 백주(白晝)에
낯이 환해 어쩔거나
오살 맞은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