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문무학
'서다' 라는 동사를 명사화하면
'섬'이 된다.
뭍에서 멀리 떨어져
마냥 뭍을 그리는 섬
사람은
혼자 서는 그때 부터
섬이 되는 것이다
섬
복효근
동사 '서다'의 명사형은 '섬'이다
그러니까 섬은 서있는 것이다
큰 나무가 그러하듯이
옳게 서 있는 것의 뿌리
그 끝모를 깊이
하물며 해저에 뿌리를 둔 섬이라니
그 아득함이여
그대를 향한 발기도 섰다 이르거늘
곡진하면 그것을 사랑이라 하지
그 깊이가 섬과 같지 않으면
어찌 사랑이라 부르겠는가
태풍이 훑고 가도
해일이 넘쳐나도 섬은 꿈쩍도 않으니
섬을 생각하자면
내 모든 꼴림의 뿌리를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어
그래 명사 '섬'의 동사형은
'사랑하다'가 아니겠는가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계속 눈이 옵니다.
잠에서 깨어 홀로 마루에 앉아 따뜻한 차 한잔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지난 세월 후회스러웠던 일들
누군가에게 섭섭했던 일들 모두
하얗게 덮여 집니다.
문득 아무도 없는 외딴 섬이 됩니다.
그래 무엇인가를 사랑하여 섬이 되었다면
그 섬의 뿌리는 얼마나 깊을까 반문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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