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삶, 사랑에 관한 詩

必 霧 2013. 12. 12. 22:38

 

 

 

 

 

문무학

 

 

 

'서다' 라는 동사를 명사화하면

'섬'이 된다.

뭍에서 멀리 떨어져

마냥 뭍을 그리는 섬

사람은

혼자 서는 그때 부터

섬이 되는 것이다

 

 

 

 

 

 

 

 

 

 

복효근

 

 

 

동사 '서다'의 명사형은 '섬'이다

그러니까 섬은 서있는 것이다

큰 나무가 그러하듯이

옳게 서 있는 것의 뿌리

그 끝모를 깊이

하물며 해저에 뿌리를 둔 섬이라니

그 아득함이여

그대를 향한 발기도 섰다 이르거늘

곡진하면 그것을 사랑이라 하지

그 깊이가 섬과 같지 않으면

어찌 사랑이라 부르겠는가

태풍이 훑고 가도

해일이 넘쳐나도 섬은 꿈쩍도 않으니

섬을 생각하자면

내 모든 꼴림의 뿌리를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어

그래 명사 '섬'의 동사형은

'사랑하다'가 아니겠는가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계속 눈이 옵니다.

잠에서 깨어 홀로 마루에 앉아 따뜻한 차 한잔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지난 세월 후회스러웠던 일들

누군가에게 섭섭했던 일들 모두

하얗게 덮여 집니다.

 

문득 아무도 없는 외딴 섬이 됩니다.

그래 무엇인가를 사랑하여 섬이 되었다면

그 섬의 뿌리는 얼마나 깊을까 반문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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