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霧山邦/천방지축 귀농일기

청년 동구, 쪽동백 향수

必 霧 2014. 2. 20. 20:51

 

 

작년 개천절이 생일인 진도개 동구가 이제 귀도 쫑끗 서고 제법 의젓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아빠는 각종 대회에서 수상경력이 많은 재구 용포, 엄마는 섬세하고 예민하게 생긴 호구 진주 입니다.

처음 가꾼나무님한테 데리러 갔을 때 제일 체격이 좋은 재구를 데리고 왔는데

역시 아빠를 닮았는지 골격이 호랑이 골격 입니다.

 

 

 

 

 

체격에 맞지 않게 귀여운 짓도 하고...

 

 

블랙마우스에 브라운아이가 참 마음에 듭니다.

 

 

 

 

 

 

 

 

ZERO님이 주신 쪽동백 나무 옆의 돌무더기는 향수의 무덤 입니다.

얼마전에 산책삼아 동구와 향수를 데리고 산에 올랐는데

향수가 동네 진도개와 싸우다가 안타깝게도 전사를 했습니다. 

저하고 일정거리 이상을 절대로 떨어지는 법이 없는 동구와 달리

향수는 체구는 작지만 더 야성이 있는지 어디론지 한없이 가버려 항상 풀어놓기가 조심스러웠는데

어디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 뛰어 가보니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습니다.

묶여 사는 강아지 팔자로 오래 살아봐야 좋을것도 없었겠지만

장가 한 번 못가보고 너무도 짧은 향수의 생이 참 가슴아픕니다.

 

그토록 매기 싫어했던 목걸이를 풀어주고

가장 양지바르고 뛰놀던 땅이 내려다보이는

쪽동백나무 옆에 묻어주었습니다.

 

 

 

 

저 나무가 자라서 매년 흰 쪽동백꽃이 필때마다 향수가 더 보고싶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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