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보름달이 밝았습니다.
혼자 마루에 앉아 마당에 비친 달빛을 바라보다가 혼자 보기 너무 아까워 소형 카메라로 찍으니
그냥 시커멓게 나옵니다. 포샵에서 조정을 해보니 희미한 사진이나마 건져집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보름달과 창을 타고 올라온 머루잎입니다.
달빛이 비친 마루입니다.
한낯에 마당을 걷다가 너무도 선명한 그림자에 깜짝 놀라 찍어본 사진입니다.
마치 허수아비같은 모습입니다.
제가 이 땅을 지키는 허수아비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수아비의 일상
심 의 표
낮에는 햇살 한껏 껴안고
밤에는 초연히 달그림자 밟고 서서
자신을 다스리지 못한 위인처럼
하루 이틀 세월만 깨물고 있다.
등이 시리거나 낮이 따가워도
한 움큼 고독 되씹으며
옴짝 못하고 제자리만 지키며
한 생을 누더기로 살아가는 너는
오곡백과 풍성하던 가을
모두 내어주고 허허로워도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로
비운 가슴 깨끗이 씻어 내리며
다가올 융성한 내일을 위해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생을 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