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김장을 마쳤습니다.
60포기를 담았는데 배추가 워낙 커서 100포기 분량은 되는것 같습니다.
배추 한 포기가 거의 10kg내외 입니다.
아무래도 농사의 천재인가 봅니다.ㅎㅎ
어제 절여놓은 배추. 잘 절여진것 같습니다.
한 쪽 떼어 먹으니 아주 달고 고소합니다.
늦은 봄날씨처럼 포근한 날씨도 한 몫 거듭니다.
절인 배추를 씻어 포개놓고...
분재 배양대 한 쪽을 치우고 비닐을 깔아 놓으니 김치공장이 됩니다.
갖은 양념을 넣어 속을 만들고...
점심은 대충 버무린 김치에 시원한 대구탕 그리고 막걸리 한 잔.
점심 후에 속을 넣고...
저는 잔심부름하는 젊은 오빠가 되었습니다.
김장하느라 피곤한 식구들에게 뜨끈뜨끈한 구들장을 선사하느라 아궁이에 불을 넣는 동안
작은 출판사를 하면서 詩를 쓰는 동생이 이 책을 읽다보니 동구생각이 많이 나네
하면서 가져온 김훈의 <개>를 읽습니다.
첫 페이지입니다.
개로 태어났으므로 나는 내 고향의 이름을 모른다. 이름은
사람들에게나 대단하고, 나는 내 몸뚱이로 뒹구는 흙과 햇볕의 냄새가 중요하다.
시작부분 부터가 마음에 듭니다.
김세현작가의 그림도 좋고...
진도개 수놈이라는것도 그렇고 그림의 모습이 어쩐지 동구와 닮아 보입니다.
몇 구절을 조금 옮겨 봅니다.
개의 공부는 매우 복잡해. 개는 우선 세상의 온갖 구석구석을 몸뚱이로 부딪치고
뒹굴면서 그 느낌을 자기의 것으로 삼아야 해. 그리고 눈, 코, 귀, 입, 혀, 수염, 발
바닥, 주둥이, 꼬리, 머리통을 쉴새없이 굴리고 돌려가면서 냄새 맡고 보고 듣고
노리고 물고 뜯고 씹고 핥고 빨고 헤치고 덮치고 쑤시고 뒹굴고 구르고 달리고
쫓고 쫓기고 엎어지고 일어나면서 이 세상을 몸으로 받아내는 방법을 익히는 것
이지.
.....중략...
선생님은 많아. 이 세상의 온 천지가 개들의 선생님이지. 나무와 풀과 숲과 강과
안개와 바람과 눈비가 모두 개들의 선생님이고 세상의 모든 냄새와 소리가 개들의
선생님이야. 돌멩이와 먼지도 선생님이고 논두렁에서 말라붙은 소똥도 선생님이야.
개미나 벌이나 참새나 까치도 모두 선생님이야. 이 선생님들이 개들을 교실에 모아
놓고 하나씩 붙잡고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야. 개들은 이 많은 선생님들을 찾아가서
함께 뒹굴면서 스스로 배우는 거야. 정확하고도 빈틈없는 공부지.
...중략...
이 공부를 끝까지 잘 해내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바람이야. 머리끝부터 꼬리끝
까지 신바람이 뻗쳐 있어야 한다는 것이야. 신바람! 이것이 개의 기본 정신이지. 신바람
이 살아 있으면 공부는 다 저절로 되는 것이고, 억지로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야.
신바람은 어떻게 일어나느냐고? 이 세상을 향해 개들처럼 콧구멍과 귓구멍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면 몸 속에서 신바람은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야. 어떻게 저절로 생겨
나느냐고? 그걸 설명해줄게.
온 몸의 구멍들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면 내 귓구멍과 콧구멍속으로 들어오는 이 세상
의 냄새와 소리와 빛깔들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기쁘고 또 두렵고 낯설고 새로워. 그래서
어린 개는 늘 바쁘고 신나. 사람들은 이걸 알아야 해.
읽어 내려가다 보니 나무가 좋아 나무랑 함께 살겠다고 시골로 내려와 산중생활을 자처
한 저나 이 책속의 개 보리나 어쩌면 비슷한 처지일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구멍 콧구멍 귓구멍 활짝 열고 개처럼 신바람나게 살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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